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17다271995 보증금
원고(도급인)와 공동이행방식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이 각자 자기의 분담비율에 따라 피고(건설공제조합)와 각각 공사이행보증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공사 도중에 구성원 중 1인(A)에 대해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 그 관리인이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1항을 근거로 도급계약을 해지하였고, 이에 잔존 구성원들(B)이 A의 지분을 승계하여 공사를 계속하였으나 결국 공사를 완료하지 못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A가 체결한 보증계약에 의하면 A가 공사계약을 해지한 때에 보증사고가 발생하였고, 이후 원고의 동의 하에 A가 공동수급체에서 탈퇴하고 B가 A의 지분을 승계한 것만으로는 A의 공사계약상 채무가 B에게 면책적으로 인수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보증책임을 긍정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1. 사안의 개요
-원고: 한국토지주택공사
-피고: 건설공제조합
가. 도급계약의 체결
(1) 원고는 2012. 2.경 평택시 일원에서 시행되는 주한 미군 기지 이전시설사업의 일부인 '장성급 숙소/대령 및 지휘관 숙소시설 건설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입찰을 실시하였다. 울트라건설 주식회사, 경남기업 주식회사, 진흥기업 주식회사, 주식회사 화인종합건설(이하 명칭에서 '주식회사'는 생략)은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공동수급협정(이하 '이 사건 공동수급협정')을 체결하여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이하 '이 사건 공동수급체'라 한다)를 구성하였다. 그 출자비율은 울트라건설 38%, 경남기업 37%, 진흥기업 15%, 화인종합건설 10%이다.
(2) 원고와 이 사건 공동수급체는 2014. 2. 27.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공사금액 85,214,027,000원, 계약보증금 34,085,610,800원으로 정하여 공사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은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원고에게 계약보증금을 지급하거나 공사이행보증서를 제출하여야 한다.
나. 보증계약의 체결
이 사건 도급계약에 따라 이 사건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은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계약보증금 중 각자의 출자비율에 따른 금액을 보증금액으로 하여 각자 피고와 계약이 행보증계약을 체결한 다음(이하 '이 사건 각 보증계약', 그중 울트라건설이 체결한 보증계약을 '이 사건 제1보증계약') 피고로부터 공사이행보증서를 발급받아 원고에게 제출하였다.
다. 이 사건 도급계약의 종료
(1) 울트라건설은 이 사건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14. 10.경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울트라건설의 관리인(이하 관리인은 따로 기재하지 않는다)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2014. 11.경 원고에게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1항을 근거로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다.
채무자회생법
제119조(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관한 선택) ①쌍무계약에 관하여 채무자와 그 상대방이 모두 회생절차개시 당시에 아직 그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때에는 관리인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의 채무이행을 청구 할 수 있다. 다만, 관리인은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난 후 또는 제240조의 규정에 의한 서면결의에 부치는 결정이 있은 후에는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없다.
(2) 울트라건설을 제외한 이 사건 공동수급체의 나머지 구성원들(이하 '잔존 구성원들')은 2014. 11.경 원고의 승인을 받아 울트라건설을 이 사건 공동수급체에서 탈퇴시키고, 출자비율을 경남기업 60%, 진흥기업 24%, 화인종합건설 16%로 변경하였다. 원고와 잔존 구성원들은 2014. 12.경 위와 같은 출자비율 변경을 반영하여 도급계약을 다시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변경계약').
(3) 그 후 이 사건 공사가 다시 진행되던 중 경남기업도 2015. 4.경 회생절차개시결정을 받았고, 경남기업의 관리인은 2015. 5.경 원고에게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지를 통보하였다.
(4) 원고는 잔존 구성원들 중 경남기업을 제외한 진흥기업, 화인종합건설에 공사 이행을 촉구하였으나 진흥기업, 화인종합건설은 이를 이행하지 못하였다.
라. 보증금 청구
원고는 2015. 6.경 잔존 구성원들에게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지를 통보하고 피고에게 이 사건 각 보증계약에 따른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15. 9.경 이 사건 각 보증계약 중 이 사건 제1보증계약을 제외한 나머지 보증계약에 따른 보증금만 원고에게 지급하였다.
2. 원고의 주장
이 사건 공동수급체의 각 구성원이 각자의 출자비율에 따라 개별적으로 피고와 이 사건 각 보증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공동이행방식의 이 사건 공동수급체는 민법상 조합에 해당하여 이 사건 도급계약의 직접 당사자가 되고, 그 구성원들은 공동수급체의 계약상 의무를 공동으로 이행할 의무가 있는 것인데, 피고도 위 각 보증계약 체결 당시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각 보증계약은 이 사건 공동수급체로부터 보증계약 체결에 관한 대리권을 수여받은 각 구성원이 이 사건 공동수급체를 위하여 체결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 각 보증계약의 효력은 이 사건 공동수급체에게 미치는 것이고 이 사건 공동수급체 각 구성원의 개별적 채무 이행을 보증하는 것이라 볼 수 없으므로, 울트라건설이 이 사건 공동수급체에서 탈퇴한 후에 잔존 구성원들이 이 사건 도급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제1보증계약의 보증금을 포함한 이 사건 각 보증계약의 보증금액 전부를 지급하여야 한다.
따라서 피고는 미지급한 이 사건 제1보증계약의 보증금 12,389,959,251원을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재판의 경과
가. 1심: 기각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2. 2. 선고 2016가합514409 판결)
나. 2심: 기각 (서울고등법원 2017. 9. 13. 선고 2017나2014947 판결)
1) 관련 법리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는 기본적으로 민법상 조합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므로, 공동수급체가 공사를 시행함으로 인하여 도급인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공동수급체 구성원에게 합유적으로 귀속하는 것이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성원 중 1인이 임의로 도급인에 대하여 출자지분 비율에 따른 급부를 청구할 수 없지만,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와 도급인이 공사도급계약에서 발생한 채권과 관련하여 공동수급체가 아닌 개별 구성원으로 하여금 지분비율에 따라 직접 도급인에 대하여 권리를 취득하게 하는 약정을 하는 경우와 같이, 공사도급계약의 내용에 따라서는 공사도급계약과 관련하여 도급인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이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에게 지분비율에 따라 구분하여 귀속될 수도 있고, 위와 같은 약정은 명시적으로는 물론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대법원 2012. 5. 17. 선고 2009다10540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와 마찬가지로,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의 조합채무가 조합원에게 합유적으로 귀속되거나 공동수급체의 구성원들이 도급인에 대한 도급계약상의 의무이행에 대해서 연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어떤 채무에 대해 공동수급체 구성원 각자의 지분비율에 따라 분할책임을 부담하기로 별도로 약정하였다면, 공동수급체 구성원들은 그 채무의 이행에 대해서 연대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2) 판단
이 사건 도급계약과 같은 공동이행방식의 도급계약에서는 공동수급체 구성원 전원이 연대하여 공사이행의무를 부담하므로 일부 구성원이 공사를 포기하더라도 잔존 구성원들만으로도 공사 이행이 가능하다면 공동수급체가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약관 제4조 제2항이 이 사건 공동수급체 구성원 전원이 이 사건 도급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경우를 보증금 지급 청구 요건으로 정하고 있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각 보증계약에서 정한 보증사고는 이 사건 공동수급체 구성원 전원이 이 사건 도급계약상 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경우를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울트라건설이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지함으로써 이 사건 공사의 이행을 포기한 시점에는 이 사건 제1보증계약상 보증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
울트라건설이 공사를 포기한 이후 잔존 구성원들은 잔여공사를 완공하기 위해 출자지분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어 울트라건설을 이 사건 공동수급체에서 탈퇴시키고 이 사건 변경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울트라건설의 이 사건 도급계약상 채무를 면책적으로 인수하였고 원고도 이를 승인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 제1보증계약의 보증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주채무인 울트라건설의 이 사건 도급계약상 채무가 소멸하였고 민법 제459조 본문에 따라 이 사건 제1보증계약에 따른 피고의 보증채무도 소멸하였다.
민법
제459조(채무인수와 보증, 담보의 소멸) 전채무자의 채무에 대한 보증이나 제삼자가 제공한 담보는 채무인수로 인하여 소멸한다. 그러나 보증인이나 제삼자가 채무인수에 동의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4. 대법원 판결의 요지 = 파기환송
(1) 계약이행보증계약에서 보증사고란 보증인의 계약이행보증책임을 구체화하는 불확정한 사고를 가리키는데, 이러한 보증사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으로 계약 내용에 편입된 약관과 약관이 인용하고 있는 이행보증서와 주계약의 구체적인 내용 등을 종합하여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4다1697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약관 제1조는 해당 보증계약의 계약자인 수급인이 도급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을 '보증사고'로 명시하고 있다. 이어서 제3조는 보증채무의 이행방법을 규정하고, 제4조는 보증채무 이행청구 방식을 정하면서 제2항에서 공동이행방식으로 체결된 공사도급계약의 경우 보증계약의 계약자인 수급인의 의무불이행과 공동수급체의 다른 구성원인 수급인의 의무불이행을 구분한 다음 보증채무의 이행청구 요건을 별도로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 사건 약관의 문언과 체계 등을 고려하면, 제1조에서 보증사고로 정한 '수급인의 의무불이행'은 보증계약의 계약자인 수급인의 의무불이행을 가리키므로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 구성원 중 보증계약의 계약자인 수급인이 주채무인 공사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함으로써 보증사고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사건 약관 제4조 제2항에 따라 보증채권자인 도급인은 그 이후 공동수급체의 다른 구성원들 전원의 의무불이행이 있을 경우에 보증인을 상대로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공사이행보증약관
제4조(보증채무이행청구 및 타절기성검사) ② 공동이행방식으로 체결된 공동도급계약에 있어서는 공동수급체 구성원 중 일부가 부도 등의 사유로 계약을 이행할 수 없는 경우 잔존 구성원이 당해 계약이행에 필요한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지 아니하거나, 당해 계약이행요건을 갖추었더라도 계약이행을 하지 아니하는 때에 한하여 피고에 보증채무의 이행청구를 할 수 있습니다.
(2) 위에서 본 이 사건 도급계약의 내용 등에 따르면, 울트라건설이 해지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이 사건 도급계약은 원고와 울트라건설 사이에서 장래를 향하여 소멸하였다. 한편 잔존 구성원들은 계속해서 원고에 대한 공사의무를 연대하여 이행하여야 하므로, 울트라건설이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지한 이후에는 원고의 동의를 얻어 울트라건설을 이 사건 공동수급체에서 탈퇴시킨 다음 자신들의 출자비율에 따라 울트라건설의 출자지분을 분배받을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잔존 구성원들은 원고와 이 사건 변경계약을 체결하여 이 사건 도급계약의 내용 중 공동수급체 구성원의 출자비율 부분만 수정하였다. 이 사건 변경계약에는 울트라건설이 이 사건 도급계약 해지로 원고에 대하여 부담하게 되는 각종 채무와 관련하여 잔존 구성원들이 이를 승계하는 것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이런 채무는 통상 잔존 구성원들이 승계하여 부담할 성질의 것도 아니고, 객관적으로 잔존 구성원들이 이를 승계할 이유도 없다.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이 사건 변경계약은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원고와 잔존 구성원들 사이에서 장래 공사에 대한 출자지분을 외부적으로 확정하기 위하여 체결된 것에 불과하고, 이와 달리 원고와 이 사건 변경계약을 체결하면서 울트라건설의 출자지분을 분할하여 가산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잔존 구성원들이 울트라건설의 원고에 대한 채무를 면책적으로 승계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결국 울트라건설이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지한 때에 이 사건 제1보증계약의 보증사고가 발생하였고 이후 잔존 구성원들이 이 사건 도급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원고는 피고에게 보증채무의 이행으로 이 사건 제1보증계약에 따른 보증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공동이행방식의 공동수급체가 관여된 도급계약과 보증계약에서 보증사고와 면책적 채무인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법무법인 산지 / 위정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