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2다246757 판결
대법원은, ‘위임계약의 해제의 의사표시와는 달리, 도급계약인 이 사건 용역계약에 관한 피고의 2013. 5. 30.자 해제의 의사표시에는 민법 제673조에 따른 임의해제의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아, 이와 달리 원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피고의 2013. 5. 30. 자 용역계약 해제의 의사표시에 민법 제673조에 따른 임의해제의 의사표시도 포함되었다고 보고, ‘같은 날 용역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단기소멸시효 3년이 경과한 2016. 12. 13.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채권은 시효완성으로 소멸되었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1. 사안의 개요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인 피고가 건축물의 설계업 등을 영위하는 원고와 주택재개발사업 정비계획수립, 정비구역지정 및 설계에 관한 용역계약(‘도급계약’의 일종)을 체결한 후, 원고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용역계약 해제통지를 한 사안입니다.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는 주위적으로 피고의 해제통지가 부적법하여 용역계약이 존속함을 전제로 용역대금을 청구하고, 예비적으로 피고의 귀책사유를 이유로 한 용역계약 해제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나. 피고는 원고의 채무불이행에 따른 피고의 적법한 해제통지에 의해 용역계약이 해제되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용역대금채권은 단기소멸시효 3년이 경과하여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습니다.
3. 재판의 경과
가. 1심: 기각 (대구지방법원 2019. 6. 20. 선고 2016가합208857 판결)
나. 2심: 기각 (대구고등법원 2022. 5. 25. 선고 2019나23399 판결)
2) 민법 제673조에 따른 해제 여부
가) 위임계약의 각 당사자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라 특별한 이유 없이도 언제든지 위임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따라서 위임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위임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실제로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사표시에는 민법 제689조 제1항에 따른 임의해지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2다71411 판결 등 참조). 한편 도급계약의 경우 도급인은 민법 제673조에 따라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자유롭게 해제할 수 있는바, 도급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채무불이행 또는 약정 해제사유를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그 해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의사표시에는 민법 제673조에 따른 임의해제로서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가 원고의 채무불이행 또는 이 사건 각 용역계약상의 해제사유를 이유로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피고는 민법 제673조에 따라 임의로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을 임의로 해제할 수 있으므로,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2013. 5. 30.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해제를통보한 시점에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은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민법 제673조에서는 도급인의 손해배상의무에 대하여 정하고 있으나, 이는 임의해제권의 성립요건은 아니다).
민법
제673조(완성전의 도급인의 해제권)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은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4. 대법원 판결의 요지 = 파기환송
가. 도급인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도급계약 해제의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실제로는 채무불이행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 도급계약의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었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의사표시에 민법 제673조에 따른 임의해제의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도급인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제하면 수급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민법 제673조에 기하여 도급인이 도급계약을 해제하면 오히려 수급인에게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도급인으로서는 자신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이제는 자신이 손해배상을 하여야 하는 결과가 된다면 이는 도급인의 의사에 반할 뿐 아니라 의사표시의 일반적인 해석의 원칙에도 반한다.
2) 수급인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채무불이행 사실이 없으므로 도급인의 도급계약 해제의 의사표시가 효력이 없다고 믿고 일을 계속하였는데, 민법 제673조에 따른 해제가 인정되면 그 사이에 진행한 일은 도급계약과 무관한 일을 한 것이 되고 그 사이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불측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
나. 그럼에도 이와 달리 원심은 도급인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 또는 약정 해제사유를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제한다는 의사표시를 하였으나 그 해제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의사표시에는 민법 제673조에 따른 임의해제의 효력이 인정된다고 보고 도급인인 피고가 수급인인 원고에게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의 해제를 통보한 2013. 5. 30.에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민법 제673조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다.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의 채무불이행 또는 약정 해제사유를 이유로 한 2013. 5. 30.자 해제통보에 따라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거나 그 무렵 이 사건 각 용역계약이 묵시적으로 합의해제되었다고 주장하였을 뿐, 원심 변론종결일까지 피고가 위 해제통보에 민법 제673조에 의한 해제의 의사까지도 포함되어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원심이 위와 같이 피고가 주장하지도 않은 민법 제673조에 의한 계약해제를 인정한 것은 변론주의 원칙에도 반한다.
법무법인 산지 / 위정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