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8도11247 판결
1심에서는 병원 개설자인 피고인이 다른 병원에서 파트타임 근무를 하면서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은 점을 고려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과 대법원에서는 피고인이 다른 병원에서 진료할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없이 반복하여 일정 기간에 내원하는 환자를 상대로 일률적으로 안과 수술을 집도하는 등 실질적으로 주도적인 위치에서 의료행위를 수행하여 다른 병원에서 사실상 의료업을 영위하였고, 이에 대한 대가를 받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하여, 유죄가 선고된 사건입니다.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전주시 완산구에 있는 A안과의원을 개설한 의사이다. 의료인은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특별한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4. 7. 5.경부터 같은 해 10. 31.경까지 서울시 서초구 소재 의사 B가 개설한 의료기관인 'C안과의원'(이 사건 병원)에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환자 58명의 안과 수술을 하는 방법으로 의료업을 하였다.
2. 재판의 경과
가. 1심: 무죄 (전주지방법원 2017. 11. 30. 선고 2017고정503 판결)
이 유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아닌 B가 개설한 의료기관인 C안과의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에서 의료행위를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고, 피고인이 이 사건 병원에서 의료업을 영위한 것으로 인정되어야만 비로소 위 조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수 있다.
피고인이 이 사건 병원에서 의료업을 영위한 것인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의료법은 의료행위와 의료업을 구분하고 있는 점, 업은 직업과 같은 말로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 하여 종사하는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점, 의료인이 다른 사람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고용되어 보수를 받고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의료업 영위로 볼 수 없는 점, 의료기관의 장은 그 의료기관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필요하면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의료인이 의료업을 영위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의료행위를 계속, 반복적으로 행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의료행위를 통한 성과가 그 의료인에게 귀속됨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로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B는 피고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에 종사하다가 이 사건 병원을 개설하였는데, 스마일수술 경험이 적어 피고인에게 1주에 2회 수요일과 토요일에 이 사건 병원에서 진료하도록 한 점, ② B는 스마일수술의 일정을 피고인이 방문하는 수요일과 토요일로 잡았고, 피고인은 이 사건 병원에서 주로 B가 행하는 스마일수술을 참관하면서 스마일수술에서 중요한 부분인 안구에서 절개한 각막편을 떼어내는 의료행위를 한 점, ③ 피고인은 이 사건 병원에서 수요일과 토요일에 스마일수술 일정이 잡혀져 있지 아니하면 이 사건병원에 가지 아니한 점, ④ 피고인은 B로부터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면, 비록 피고인이 이 사건 병원에서 일정한 날짜에 계속, 반복적으로 스마일 수술 중 일부분을 맡아 의료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의료업을 영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2심: 유죄 (전주지방법원 2018. 6. 22. 선고 2017노1766 판결)
다. 3심: 유죄 (상고기각)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8도11247 판결)
3. 항소심(2심) 판결의 요지
가. 관련 법리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아니하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조 제8항에서는 "제2항 제1호의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9조 제2항에서는 "의료기관의 장은 그 의료기관의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필요하면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규정 내용에다가 같은 법 제33조 제1항의 입법취지가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의료행위가 이루어질 경우 비위생적 장소로 인한 감염의 위험성이 있고, 장비·시설·인력 등의 제약으로 인하여 적절한 진료가 이루어지지 못할 우려가 클 뿐만 아니라 이를 제한 없이 허용할 경우 의료기관이 영리를 위하여 환자를 찾아다니면서 불요불급한 진료를 남용할 개연성도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여 환자들로 하여금 적정한 진료를 받게 하려는 데 있는 점, 의료법 제33조 제8항에서 의사가 개설·운영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수를 1개소로 제한하고 있는 취지는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의사가 자신의 면허를 바탕으로 개설된 의료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의료행위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하여 장소적 한계를 설정함으로써 의료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고자 하는 데 있는 점,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방문할 의료기관을 선정할 때 해당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된 의료인의 경력 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이 일반적인 점,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문언상 후단의 '그 의료기관'은 전단에서 언급된 '의료인 스스로 개설한 의료기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점 등을 더하여 보면, 같은 법 제33조 제1항에서는 의료인이 자신이 개설한 해당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여야 한다는 원칙을 규정하는 한편, 같은 법 제39조 제2항에서 환자에 대한 최적의 진료를 하도록 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전문성이 뛰어난 의료인을 초빙하여 진료하는 것도 허용한 것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므로, 의료법 제39조 제2항에 따른 진료는 그러한 범위 내에서 허용되고,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의료인이 사실상 그 의료기관에서 의료업을 하는 정도에 이르거나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아니한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없이 반복하여 특정 시기에 내원하는 환자를 일률적으로 진료하도록 하는 행위는 의료법 제39조 제2항에 의하여 허용되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두8959 판결, 대법원 2013. 6. 13. 선고 2012다91262 판결 등 참조).
또한 의료법 제39조 제2항에 따라 의료기관의 장이 예외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하는 경우라도 이는 일시적 또는 주기적으로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보조적인 의료인의 지위에서 진료하도록 하는 것이고, 이때의 '해당 의료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의료인'에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료인도 포함된다 할 것이지만, 의료기관의 장이 다른 의료기관 개설 의료인으로 하여금 해당 의료기관을 사실상 운영 내지 관리하게 한다거나 실질적으로 주도적인 위치에서 해당 의료기관의 진료행위를 하게 하는 것은 다른 의료기관 개설 의료인으로 하여금 2개 이상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게 하여 결국 의료인이 직접 의료행위를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제한을 가하고자 하는 의료법 제33조 제1항의 입법취지를 무력화시키기 때문에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살펴본 의료법 제33조 제1항 및 이와 관련된 제반 규정 및 그 해석과 의료법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의료인이 자신이 개설한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의료업을 영위하였는지는, 해당 의료행위로 인한 권리의무의 귀속 관계뿐만 아니라 계속적·반복적으로 특정시기에 내원하는 환자를 상대로 일률적으로 의료행위가 행해졌는지 여부, 해당 의료인이 자신의 명의로 개설신고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의료기관에서 단순 지시·종속관계에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주도적인 위치에서 의료행위를 수행하는지 여부, 해당 의료기관에 근무의로 관할 관청에 의료기관 개설 신고 또는 변경신고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그 밖에 해당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를 하게 된 경위, 그 기간 및 행태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나. 판단
피고인은 자신이 개설한 A안과의원이 아닌 B가 개설한 이 사건 병원에서 계속·반복적으로 의료행위를 수행하여 왔고, 피고인이 이 사건 병원에서 진료할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없이 반복하여 일정 기간에 내원하는 환자를 상대로 일률적으로 안과 수술을 집도하는 등 실질적으로 주도적인 위치에서 의료행위를 수행하여 이 사건 병원에서 사실상 의료업을 영위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이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법무법인 산지 / 위정현 변호사